1. 망할 출근 - 본사편
일단, 물류신입개발자는 본사로 출근한다. 몇시까지? 8시까지~
본사는 판교에 있다.
맨 처음에는 물류개발자가 프로젝트를 나가는지 모르고 판교와 가까운 곳에 이사를 했다.
출퇴근 시간은 짧을수록 좋으니까!
근데 망했다.
더 많이 알아보고 이사를 했어야 했다.
과거의 선택이 지금 출퇴근 합쳐서 3시간이 넘는다. 망할.
8시까지 본사로 출근을 해야 하니 나는 집에서 6시 5분에 일어나 씻고, 6시 35분에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선다.
집은 정자동의 전원마을.
산 깊숙한 곳에 원룸을 잡아 버스타러 걸어서 10분 이상 나가야 한다.
지방 촌놈은 경기도 버스 시스템을 모른다.
맨 처음 출근할 때 빨간 버스의 가격에 1번 놀랐다.
광주에서 버스 가격의 2배다.
그리고, 광주에서는 환승을 할 때 하차 태그를 찍는데 여기서는 환승을 안해도 꼭 찍어야 한다고 한다.
안찍고 내렸다가 퇴근 때 버스 가격이 5천원 나온 것에 2번 놀랐고, 속으로 울었다.
본사를 출근 할 때에는 1번 환승을 해야 한다.
빨간 버스를 타고 초록버스를 타야 한다.
아침에 환승하는거 너무 귀찮다.
그래서,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버스를 내려 본사에 사원증을 찍고 들어간다.
건물 앞에는 가드분들이 건물을 지켜주신다. 지방촌놈 출세했다.
2. 행복한 퇴근 - 본사편
본사에서 8시에 출근해서 일하고 5시에 칼퇴를 한다.
나는 신입이니까!
그리고, 사수님이 칼퇴근을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일이 없어서 5시 퇴근을 즐겼다.
퇴근도 출근과 똑같게 1번 환승을 해야 한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에서 퇴근은 출근보다 힘들다.
오히려 출근은 버스에서 앉아 갈 수 있지만, 퇴근은 어림도 없지 암!!!!!@@
서서 간다. 집에 갈 때까지.
여기까지가 물류 신입 개발자의 본사 출퇴근이다.
3. 망할 출근 - 프로젝트편
이제는 물류 신입 개발자의 프로젝트 출퇴근이다.
프로젝트는 성수에서 수행한다. 출근 시간은 9시까지다.
유럽팀은 10시까지 출근이라면서요! PM님 10시 출근으로 바꿔주세요. 9시 힘들어요.
본사 출근은 일찍 자도 늦게 자도 6시에 일어나는건 너무 힘들다.
근데, 지금은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7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성수를 가는 길도 역시나 1번 환승을 해야 한다.
버스 1번 타는데 5천원을 낸 경험이 있는 지방 촌놈은 하차 태그를 잘 찍고 내린다.
다시는 5천원 내기 싫다..ㅠ
버스를 타고 정자역으로 가서 수인분당선을 탄다.
지방 촌놈은 SNS에서 지옥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서울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흔들거림에도 아무것도 잡지 않고 간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근데 이건 아무것도 잡지 않고 가는게 아니라 이건 잡을 수가 없다.
아니 뭘 잡을 공간이 있어야 잡던가 말던가 하지.
수인분당선은 다른 호선보다 사람이 많이 없다고 하는데 출퇴근은 미친다.
수원에서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8시 45분과 50분 사이에 지하철을 내려 프로젝트 룸으로 도착한다.
4. 망할 퇴근 - 프로젝트편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망할.
일이 없으면 6시에 칼퇴근을 할 수 있지만, 일이 많고 바쁘다?
그럼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개발 기간에는 거의 조금 늦게 가는 편이고, 오픈 기간에는 진짜 새벽까지 근무를 한다.
물류 신입 개발자이자 지방 촌놈은 독일 함부르크 물류센터에 WMS를 오픈했는데 이슈가 터졌다.
오전 9시에 출근한 나는 그 다음날 새벽 6시 반에 퇴근했다.
21시간 근무하고 집에 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미친거 아니냐고 그렇게 말을 하겠지만, 나는 이 21시간의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이게 바로 개발자의 삶이 아닐까?!
물론 잠이 오긴 하지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 너무 재밌었다.
새벽에 같이 근무하던 분도 좋았고, 밤 10시까지 같이 있어준 팀장님과 부장님들 그리고 사수님이 너무 고마워서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날을 새고 집에서 아침부터 자고 오후 5시에 출근했다.
오픈 때는 정말 중요하다. 말 그대로 물류의 오픈은 돈이 움직인다.
그렇기에,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물류 신입 개발자인 나는 독일 시차에 맞춰 오픈 기간 대응이라는 이유로 오후 5시에 출근하여 그 날 이슈가 없을 때 퇴근했다. 대략 평균적으로 새벽 3~4시 쯤 퇴근했다.
여기서 또 지방 촌놈은 택시비에 3만 4천원을 처음으로 내봤다 ㅋㅋㅋㅋ.
광주에서는 택시비 만원만 나와도 와 비싸네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분당까지 3만 4천원을 처음 냈는데 법인카드가 좋긴 좋구나!
이렇게 물류 신입 개발자의 본사와 프로젝트의 출퇴근 일지가 끝났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일이 재밌다는 이 사소한 이유가 이 시간을 버티게 만들어 주는 재목이 될 수도 있다.
이 일지를 작성하는 오늘도 나는 오전 8시 50분에 출근해서 오후 9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역시나 재밌다.
이 글을 수정하고 있는 지금 오후 11시 52분.
드럽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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